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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똑 부러진 간호사가 되고 싶어…

image from pixabay

똑 부러진 간호사가 되고 싶다. 내가 할 일 들을 똑 부러지게 해 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제오늘 나이트 근무하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환자가 있었다. 54살의 미스 인 여자 환자. 그분은 Gastritis로 입원해 금식하면서 영양제 수액을 달고 있다. 매일 아침 혈액 검사를 나가야 하는데, 이분이 나를 힘들게 한다. 어제는 CT (pre-post contrast) 찍어야 해서 20G 주사 라인에 3-way를 direct로 연결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큰 소리로 울어 댄다. 아픈가 부다. 이런 경험은 처음 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lab도 나가야 하는데 자신은 주삿바늘에 공포증이 있다고 하면서 너무 긴장해한다. 환자가 긴장해하면 나도 긴장된다. 보통의 경우는 잘 달래서 나도 긴장이 덜 된 상태로 하는데, 이분은 전혀 control이 되지 않는 분이다. 왜 사람들이 노처녀 히스테리 무섭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만하다.

오늘 새벽에도 lab하러 갔다. 다행히 한 번에 겨우 성공해 나갔는데 진단검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헤모되고 용혈 되어 다시 lab 진행해 달라고. 1시간 뒤에 겨우 환자에게 갔는데 환자가 엄청 짜증을 낸다. 밥도 못 먹고 있는데 피가 어떻게 나올 수 있냐고 하면서, 왜 항상 새벽에 혈액검사를 나가는 거냐고 하면서 10분 넘게 벌서서 환자의 말을 들어준 것 같다. 환자분이 얼마나 아픈지 공감한다고 하면서 말을 하려고 하자 이 환자는 기세가 더욱 등등해진다. 정말 이런 유의 환자들을 보면 어떻게 control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환자에게 차분히 설명하려고, 환자분이 많이 힘들어하니까 lab line 만들어 놓겠다고 했다. 한 번만 찌르면 다음날부터는 계속 바늘을 찔러도 되지 않는다고, 나름 신경을 써서 얘기를 했는데 결론은 싫다는 얘기이다. IV line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환자에게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 우선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분해서 눈물이 났다.

인계를 하면서 깨달았다. 새벽에 일괄적으로 혈액검사를 나가는 것은 아침에 담당의사가 회진을 오면서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를 보고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해서 나가는 거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별거 아닌것 같지만 이렇게 별거 아닌 일 가지고 사람을 힘들게 할 수도 있고, 나 같은 마음 약한 간호사는 울 수 있다. 똑 부러진 간호사가 되려면 더욱 노력해야겠다. 임상에서 간호하는 질환에 대해 article 찾아보면서 공부하고, 여기 이 공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나를 더욱 성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오늘 겪은 일은 더 큰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하자. 또한 lab 제발 한 번에 나가자. 유튜브에서 주사 라인 잡기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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