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가혹했던 2021년
29살, 2021년은 나에게 참 가혹했던 한 해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쓰나미처럼 나의 인생에 휘몰아쳤다. 이 글을 쓸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 공간은 나의 감정,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성장해 나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 몇 자 남겨 볼가 한다. 가장 큰 아픔은 사랑하는 내 동생을 잃은 것... 이렇게 허망하게 우리 가족을 떠날 거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옛말처럼 함께 우리 3남매가 배낭여행 가자고 했었는데, 그런 약속은 허공에 날아가 버리고, 덩그러히 우리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매정하다. 억울하다. 왜 그렇게 23살 어린 나이에 가버렸을까... 다양한 분노의 감정과 슬픔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자가격리 끝나면 우리 가족이 제주도 여행 가기로 했었는데, 격리가 끝나는날 허망하게 가버린 너를 나는 참 미워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했나... 어쩌면 너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어서 너에게는 가정의 달이 맞겠구나 싶다. 그런 분노의 감정과 슬픔의 감정이 몇 달 몰아쳐서 한동안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나만 잘 살아남겠다고. 그냥 내 말을 들어주더라. 그러고 마중물 요법이라는 책자를 주더라. 나를 사랑하라고. 매일매일 나를 사랑한다는 글을 읽으라고. 밥을 한 숟가락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걸음을 걸을 때도, 땡땡아 샤워를 해줘서 고마워, 웅 고마워, 뭐 이런 식으로 나를 사랑하라는 말을 반복 하라더라.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한 번씩 하고 있어.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불현듯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나. 왜 하필 너야, 왜 하필 내 동생이 그런 선택을 하냐고. 그런 소용돌이 같은 감정을 엄마에게 쏟아부을 때도 있었어. 더 힘든 건 엄마일 텐데. 사람은 이기적이니까 나의 힘듦만 보이는 거지.
너 아니여도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삶을 이어가고 있었어.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대학병원 신규 간호사 생활은 힘듦의 연속이었어. 항상 맨발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출근을 했는데, 너까지 없으니까 차라리 잘 됐다 싶더라. 그냥 때려치웠어. 그놈의 대학병원. 나부터 살고 봐야겠더라. 어쩌면 그만둘 용기도 나지 않았던 대학병원, 너로 인해 사직 표를 던질 수 있었어. 그리고 너를 조금이나마 좋은 곳에서 보내주기 위해 내가 그놈의 병원을 5개월 다녔나 싶더라. 다 정리하고 싶었어. 그래서 다른 결정도 내렸어. 사랑하는 사람과도 끝냈어. 그 관계도 어쩌면 너로 인해 쉽게 마무리된 거 같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너를 혼자 내버려 둔 것 같아. 나만 행복해질 순 없잖아. 그리고, 어쩌면 나의 치부를 다 알고 있는 사람과 인생을 그려나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만의 비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이제는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있어. 새로운 곳에 몰두하면서 용광로 같은 슬픔의 감정, 분노의 감정, 후회의 감정을 다스리고 있어. 관심도 없었던 반려 식물을 키우고 엊그제는 알로에를 분양까지 했어. 점점 식구가 늘어 나고 있어. 얼마 전에는 수영 클래스도 끊어서 초급반에서 강습받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언젠간 남은 우리 가족에도 평온한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한 것 같아. 막내가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은 게임을 하는 것일까, 엄마가 계속 게임에 몰두하는 막내를 걱정해. 꿈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게임만 하는 것 같다고. 글쎄, 인생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 막내도 언젠간 자신만의 길을 찾을 거라고 확신해. 한 가지 더 확실한 건 우리가 가기로 했던 배낭여행, 막내와 함께 이뤄 나갈 거야. 더 이상 놓치기 싫어. 코로나 얼른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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