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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주]: 엄친아는 시대불문 존재한다.

 

영화 [동주] 포스터

이준익 감독의 시리즈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익숙한 윤동주 시인과 그이 벗이자 사촌 형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흑백 화면으로 제작했다. 흑백 화면으로 된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나름 생생하고 그 당시의 세계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는 대체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윤동주 시인의 시의 대한 사랑과 사촌 형인 송몽규의 나라를 되찾고 자 하는 열망이 주를 이룬다. 동주는 시를 사랑한다. 겉으로 드러나 황홀해하는 사랑이 아닌 너무 소중해서 쓰고 쓰고 또 쓰고,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지도 못할 만큼. 그가 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몽규는 사회에 관심이 많다. 나라 잃은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옮긴다. 만주로 독립운동하러 떠나기도 하고 일본 유학시절에는 유학생들을 모집해 독립운동을 한다. 이러한 두 인물의 비교와 몽규를 바라보는 동주의 시선을 영화는 잔잔하게 풀어낸다.

동주의 엄친아: 몽규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는 나와 동갑인 친구, 하필이면 공부도 잘하고 모든 면에서 나보다 잘난 친구를 가리킬 때 흔히 쓰인다. 비교당하고 싶지 않아도 항상 비교 대상이 되게 만드는 존재, 불편한 존재이지만 차마 입 밖으로 불편함을 표한하기 힘든 상대이다. 이 영화에서 엄친아는 다름 아닌 몽규이다. 몽규는 동주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같은 인민학교를 다녔고 함께 연희전문학교에도 간다. 동주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좋아해 계속 시를 써 내려간다. 차마 신춘문예에 제출하지도 못하고 써 내려간다. 하지만 시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몽규는 어느 날 갑자기 신춘 문예지에 당선되었다고 온 가족이 파티를 한다. 당연히 예전부터 시를 썼던 동주와 비교된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다. 몽규는 리더십도 있고 활동적이어서 많은 친구들이 있다. 스스로 문예창작 동아리도 만들고. 그런 몽규를 동주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항상 뒤처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연희전문학교를 마치고 일본 유학길에 오른 두 사람은 같은 도쿄대학교를 지망했다. 둘 다 같은 학교에 가기로 했지만 몽규만 합격하고 동주는 떨어진다. 이러한 소식은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도 전해진다. 실망해하는 동주 아버지. 이러한 내면의 콤플렉스를 동주는 시대에 대한 부끄러움, 개인적인 열등감의 감정으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글을 써 내려간다.

몽규를 향한 동주의 내면을 잘 보여 주는 시 " 자화상"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나의 엄친아: 사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유난히 동주와 몽규의 관계에 공감 갔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나에게도 나와 동갑인 사촌이 있었다. 사촌은 공부도 잘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항상 시내에 다녀오면 어머니는 그 사촌 이야기를 했다. 최우등 했다더라, 영어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더라. 공부를 마냥 잘하지 못했던 나는 사촌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났다. 성격이 차분하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놀다가 옷과 가방이 찢겨서 집에 돌아오는 여자 아이도 흔치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그러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겉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일 까 봐.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던 나의 10대 시절은 그렇게 지나갔다. 29살인 지금은 그녀를 향한 부끄러운 감정은 없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그녀도 잘 살아가길 바란다. 시기, 질투라는 감정은 흐르는 물 같다. 자연스럽게 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물 말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엄친아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를 받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감정이다. 타인이 나에게 그렇게 느껴, 넌 나보다 성적도 안 좋고 뛰어난 특기도 없지?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설상 그들이 그렇게 말을 한다 해도 나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나의 자유니까 나의 시선을 다른 곳에 두어 보자. 그래 너는 공부도 잘하고 특기도 많지. 대단한 아이야. 하지만 너는 그냥 너일 뿐이고 나는 나야. 공부도 못하고 특기도 없지만 나는 나의 오늘을 살아가. 네가 너의 오늘을 살듯이. 글은 이렇게 쓰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니까 시기, 질투의 감정을 다양한 곳에서 느낀다. 부끄러운 감정 아니니까 당당하게 인정하자. 그래 내가 시기 질투를 느끼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자. 나의 오늘을 꿋굿히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