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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 나는 어떤 동굴에 갇혀 사나...

 

 

image from naver

크루즈 패밀리: 뉴에이지는(The Croods: A New Age) 2021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개봉한 조엘 크로포드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주인공의 더빙을 맡은 배우들을 보고 깜작 놀랐다. 엠마 스톤이 이프 역을, 라이언 레이놀즈가 가이 더빙을 맡아서 했다고 한다. 엠마 스톤은 라라 랜드를 통해 감명 깊게 봤었고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을 참 재미있게 봐서 기억하는 할리우드 배우들 중의 한 명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에 150일 동안 10위 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호평 일색이었던 영화였다. 어제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켜서 봤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재미있고 감동과 여운을 안겨 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세 가족 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동굴을 가지고 있을까?

주인공인 이프 가족:
이프의 아버지인 그루그는 전전긍긍한다. 딸인 이프가 가이와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 자체에 빠진 것은 문제가 되진 않지만 딸이 가이를 따라 가족을 버리고 갈까 봐 걱정한다. 아니 딸인 가이가 새 가족을 만든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루그가 생각하는 가족은 언제나 함께 있고 엄마, 아빠, 동생 등 가족 구성원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잘때도 일명 포개서 잔다. 서로의 숨막히는 냄새를 맡으며 생활한다. 그루그가 생각하는 가족은 아마 전통시대의 가족인 것 같다. 대가족이 함께 집에서 어우려 지내던 시절. 3대 이상이 함께 모여 살던 시절. 아직 가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 드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잠이 많은 아빠지만 딸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다 가이가 이프에게 고백하는 장면도 목격한다. 지금의 가족도 좋지만 우리만의 프라이버시가 있는, 물과, 공기, 과일, 등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 내일을 위해 이프와 함께 하길 원한다는 가이의 프러포즈를 듣고 만다. 딸을 잃을 수 없다는 신념 하에 베터맨 가족을 찾게 된 그루그. 그루그의 동굴은 아마 딸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다른 사람과 새로운 가족을 꾸릴 수 있다는 전제를 하지 않는 것인 것 같다. 언제나 어린아이 같고 보살펴야 할 어린이로 딸을 대하는 태도가 그르구의 동굴인 것 같다.

햇빛을 따라나선 가이:
어렸을 때 일찍 부모를 잃은 가이는 어떤 동굴 속에 살고 있을까? 가이의 동굴은 바로 내일 즉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희망일 수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들짐승들의 공격을 신경 안 써도 될 만큼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가이의 동굴이다. 가이의 부모는 말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햇빛을 찾아가라고. 가이는 그 유언을 지켜 여행일기를 쓰며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다 이프 가족을 만나 함께 더 나은 내일을 찾기 위해 나아간다. 가이가 생각하는 내일에는 사람이 없다. 물질적 풍요와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이런 그의 신념이 그가 가진 한계이자 그의 동굴이었다. 나중에야 비로소 가이는 깨닫는다. 더 나은 내일은 물질적 풍요도 안전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가이와 이프는 서로의 내일을 찾은 것 같다. 영화도 가이와 이프가 새 가족을 만들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참 마음에 드는 결말이다.

베터맨 가족:
베터맨 가족은 문명인이다. 그들은, 아니 딸인 던은 제외하고 원시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 깨끗하지 못하고 문을 통해 드나들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고 등등. 또한 딸을 밖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커다란 담장을 세웠다. 따라서 던은 밖의 세상에 가본 경험이 없다. 온실속에서 자란 화초 같다고 할까. 그런 그들의 삶은 이프가족과 대비를 이룬다. 밖으로 부터 공격이 있으면 이프 가족은 서로 협력해 물리친다. 하지만 베터맨의 가족은 먼저 던을 안전한 장소에 숨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던은 항상 외부, 모험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모험적이고 외부에 대해 잘 아는 이프가 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던의 부모의 동굴은 원시인에 대한 편견, 자신들이 문명인이라는 자만감이 그들만의 동굴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동굴은 무엇일까?
나의 동굴은 장녀 콤플렉스인 것 같다. 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지금은 그 부담감을 조금 덜었지만 10대 때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제2의 엄마가 되어 동생들에게 엄하게 대했다. 동생들이 숙제를 했나 안 했나 체크하고, 부모님들이 집에 오기 전에 집안 청소를 하고. 물론 나 혼자 하진 않았지만 동생들이 제일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와 화장실을 주로 맡았던 것 같다. 그렇게 살 필요 없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철부지로 자라는 것이 맞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말했어야 옳았다. 이젠 그런 무거운 짐 따윈 없다. 대부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사니까. 여행하고 싶으면 여행 가고, 책 사고 싶으면 책을 사고, 영화도 보고 싶으면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까.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