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조정래_ 천년의 질문]을 읽고, 시민이란 무엇일까?

조정래 작가의 책을 올해 상반기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정글만리“ 중국인들에 대해 쓴 책이다. 중국에 대해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모르는 중국이 더 많았다. 중국인들이 돈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숫자 8을 그렇게 좋아 하는지, 성적으로 그렇게 오픈 되었는지, 너무 신기한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조정래 작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글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번엔 “천년의 질문” 을 읽게 되었다.

”천년의 질문“은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 사회 문제를 소설로 표현해 다룬다. 소설이지만 현실에서 일어 났던 일들을 극적으로 표현 한것 같다. 민변,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나오고, 대기업과 권력을쥔 정치인들이 기자들을 어떻게 위협하고 회유하는지 낫낫히 써내려 간다. 소설속의 내용들이 60-70%만 진실이라고 해도  소름 끼치게 살기 힘든 나라인것 같다. 국민은 개돼지라고 표현한 정치인의 발언, 그래 정치에 관심 없고 오직 자기 밥 그릇만 챙기려 하는 사람은, 아니 아직 나는 개 돼지가 많는것 같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거라고 말하는 구절이 뇌에 밖혀 있다.

작가는 소설속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대기업 사위로 등장하는 김태범을 통해 사회의 정의가 아닌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가장 평범하고 보통적인 생각으로 살아 가는 사람이다. 자신만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올리면 언젠간 사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은 안씨 집안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사장 자리는 혈통으로만 이어져, 그의 아내의 목이 된다. 처남들을 위해 대신 감옥생활까지 할 정도로 헌신 했지만 결과는 언감생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 보는 것이 아니다. 분풀이로 회장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딜을 하다가, 결국 쫄딱 망한다. 2-300억의 위자료도 놓지고 결국 다른 회사의 부사장 직을 얻어 살아 간다.  탐진치, 욕심을 버리고 결국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얻고 일반 적인 삶을 살아 가는 김태범, 어찌보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비쳐지는것 같다.

장우진. 소설속의 주인공이다. “이런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우리 사회에게 필요한, 아니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시사탐사의 기자로 등장한다. 재벌, 검사, 국회의원, 성역을 가리지 않고 비리가 있는 곳엔 반드시 등장하고, 그 어떤 유혹에도 절대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사건을 파헤치는 참다운 기자로 묘사된다. 경비가 모자를때는 자신의 월급을 사용해 항상 월급날엔 0원이고,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공갈, 협박이 일상인 기자의 삶을 살아 간다. 컴퓨터엔 아내가 저장해 놓은 이혼 서류가 있다. 내가 만약 아내여도 같은 선택을 할것 같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의로운 기자도 좋지만 자신의 가정을 나몰라라 하는,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설정은 안타까웠다. ”우리 사회는 왜 정의로운 사람을 지켜주지 못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온갖 재벌들. 재벌들은 그냥 파렴치한으로 묘사된다. 이기적이고 온갖 부정 부패를 일삼고 돈으로 모든것을 해결하는 인간미 없는 안하무인의 인물로 묘사된다. 조금은 아쉬웠다. 큰 재벌은 아니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중소기업의 재벌들도 많을 텐데, 그러한 부분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조금 극적이라고 할까. 부자라고 해서 다 나쁜건 아닐텐데 말이다.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해 부와 명성을 쌓고 기부도 하는 좋은 재벌들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는 물음이 있었다. 시민이란 무엇일까? 시민의 권리를 다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신문은 어디까지 믿으면 될까? 개 돼지가 아닌 국민으로 살아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권력 기관의 부정 부패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질문들이 머리에서 맴돈다. 사회 과학 책도 아닌 소설책을 읽고 이런 질문들이 맴도는게 신기 하기도 하다. 결론은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 권력기관이 제대로 일하는지 감시 할 수 있는 사회 감시자의 역할을 하자. 그 첫번째 단계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 테고 시민 단체에 가입하는 것일 것이다. 처음으로 참여연대 사이트를 검색해 들어 가 봤다. 민변이 무엇을 하는지 검색도 해 보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제대로 살아 가는지 묻게 만드는 책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책속에 나왔던 국민석유공사에 대해 알아 봐야 겠다. 이런 이슈가 있었는지도 나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