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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he Tinder Swindler: 데이트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The Tinder Swindler: 데이트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2022년 2월 2일에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날 다큐멘터리이다. 3명의 여자가 사이먼이라는 이스라엘 국적의 남성에게 사기 당한 내용을 바탕으로 2시간9분의 러닝 타임을 가진다. 2틀 동안에 걸쳐서 다 본 다큐멘터리는 꽤 흥미진진하다. 당신이 만약 20~30대의 여성이라면 꼭 한번 봐야 한다고 추천해 주고 싶다.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는 현실에 없다.

로맨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 가난한 여성이 부자의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한 사회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싱글 여성이라면 아주 가끔 꿈을 꾼다. 나에게도 영화처럼 백마탄 왕자가 언젠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20대에는 사실 조금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사람의 인생은 모르니까. 그때 까지만 해도 터무니 없이 순진무구하고 희망적으로 살아 갔으니까. 30대가 된 순간 느낀점은 백마탄 왕자는 백마탄 공주를 만난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왜 "까치는 까치끼리, 유유상종" 이라는 언어를 만들어 놓은지 알것 같다.

다큐는 시작한다. 첫 데이트에서 5성급 호텔에 초대해 값비싼 음식을 대접하고 며칠 데이트 하고 나선 비즈니스 석을 타고 여행을 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이런 영화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설렐수 있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심지어 부자인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갑자기 사랑이 싹 틀 것이다. 그 남자를 위해서 나의 모든것을 받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나보다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돌려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나에게 갑자기 이런 행운이 찾아 온다면 한번 쯤은 의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왜? 도대체 저 남성이 왜 나를 좋아하지? 더 좋은 조건의 여성을 만날 수 있는데. 내 기준에선 최소 6개월 이상은 만나야 금전적인 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로 신용카드나 나의 개인정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6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적금을 깨서 500만원을 빌려 줬다. 지금은 천천히 받아 가고 있는 상황이다. 창피해서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빌려 줬을 때는 한번에 줬는데... 받을 때는 몇 번에 걸쳐서 받으니까 500만원이 그냥 사라진 기분이 든다.

5개월이라는 사이먼의 형량은 적절한가?

기사를 보니 사이먼이 사기친 금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100억 넘는다고 한다. 한 여자에게서 사업상 문제가 생겨 돈을 빌리기 시작한다. 캐시, 신용카드, 담보대출 등등을 받도록 유도해 돈을 지급 받는다. 중요한건 여자가 대출 상환에 시달리면 한번은 빌린돈의 2배 이상 되는 돈을 수표로 준다. 그러면 여자는 남자에 대한 확신이 서고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수표는 가짜이다. 수표를 받고도 통장에 돈이 들어 오지 않아 남자에게 전화를 걸면 적반하장이 시작된다. 무슨 소리를 하냐, 난 이미 돈을 지불했다. 내 통장에서 빠져 나갔다. 등등.

이렇게 한 여성에게서 갈취한 돈으로 이 남자는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간다. 더 어이 없는건 그 돈으로 다른 여성을 낚는다. 함께 비싼 파티가고, 여행가고, 명품 선물해주고. 여자의 돈이 돌고 돌아 다른 여자를 낚는데 쓰인다는 사실이 어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거짓말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사이먼의 사기가 3명의 용감한 여성들에 의해서 밝혀지게 되고 사이먼은 이스라엘로 추방되어 감옥 생활을 한다. 스토리가 여기서 끝나면 권선징악, 말 그대로 행복한 결말일텐데, 이건 영화가 아니고 현실에 근거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파렴치한 사기꾼은 (개인 적으로 나는 love scam을 가장 싫어한다. 개인의 감정을 빌미로 사기를 치는 인간들은 말 그대로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쓰레기이다) 자국에서 5개월 형량을 채우고 다시 사회에 복귀해 사업도 하고 돈도 벌고 쭉쭉빵빵 모델도 만나고, 그런 상황을 버젓이, 어디 함부로, 감히 인스타에 게시한다.

그렇다면, 사기를 당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다큐멘터리는 3명의 여성들은 오늘도 대출 빚을 갚으면서 살아 가고 있다고 끝을 맺는다. 너무 씁쓸한 현실이다. 내가 쓴 돈도 아닌데 누구는 하루 하루 일한 돈을 대출 상환을 하면서 살고 누구는 감방 몇 개월 살고 또 다시 호화롭게 살아가는 현실이라니. 현실이 아니고 상상 이였으면 좋겠다. 사이먼이 5개월 이라는 낮은 형량을 받은 이유는 돈을 빌린것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결한다. 강제성이 없어도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여 피해를 입히는 행동은 가볍게 처벌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처벌의 잣대를 미성숙한 개인에게 너무 의존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인으로써 주체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개인 명의는 절대로 타인에게 보여주지 말고, 신용카드 절대로 남에게 주지 말고, 대출 함부로 받지 말자. 백마 탄 왕자는 없으니까 내가 백마 탄 왕비가 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틴더?

더 어이 없는건,,, 이렇게 사기를 당하고도 사랑을 믿는다는 것이다. 사기를 당하고 틴더에 접속해 매칭 된 적이 있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세실리아는 당연히 yes라고 한다. 낙천적인 건지, 아님 내가 편협 한건지 모르겠지만. 한번 이렇게 크게 당하고 나면 나는 온라인 데이트에는 환멸을 느낄 것 같다. 당분간 남자의 "남"이라는 글자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뛸 것 같은데... 세실리아의 반응에 난 또 이렇게 생각한다. 아,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 하는구나. 그 사람 (사이먼)이 나쁜 거지 틴더가 나쁜 건 아니라는 반응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래 틴더가 잘못한 건 아니야. 하지만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든다. 틴더가 회원관리를 느슨하게 하고, 쉽게 거짓정도보 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니면 내가 조금 더 노련한 사람이 되어 온라인 데이트에서도 당하지 않을 만큼의 감량이 되거나.